'이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8.25 [327] 2010년 8월 25일 by Elletse 4

[327] 2010년 8월 25일

일기 2010. 8. 25. 19:51
기숙사 이사 완료.

1. 새로운 방
위치, 전망, 룸메이트 등등 모든게 완벽하다. 냄새만 제외하고는.
전에 살던 분들이 인도 사람들인데, 그 특유의 향이 방에 짙게 남아있다. 언제쯤이면 없어지려나.
창문을 좀 열어놓고 싶었는데, 창문이 반밖에 안열린다. 1층이라서 그런가? ㅠㅠ 방향제를 구비해야 할듯.

2. 짐 옮기기
이제 졸업할 때까지 상자 하나씩 집에 갈 때마다 들고 가야겠다. 아니면 하나씩 버리던가.
기숙사 이사 학부때부터 지금까지 엄청 많이 한 것 같은데, 제발 이번이 마지막 이사였으면 좋겠다.
누가 와서 도와주는 다른 사람들이 초큼 부러웠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연구실은 바쁘고, 석박사 입시 면접날이고, ....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4년동안 누가 이사 도와준건 아람이 뿐인듯? 있건 없건 똑같구나;

아마.... 3동3층->1동1층이 아니라, 1동1층->3동3층이었으면 진짜........ 절망했을 것 같다.
냉장고. 다음에 다시 이사가라고 하면 그땐 팔던지 버리던지 해야겠다. -_-

사실 정말 웃긴게 지금까지 그렇게 혼자서 이사 다 하고 잘 옮겼으면서.. 심지어 지금보다 더 최악의 동선으로도 이사 해봤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잘 안되면 괜히 더 속상한 것 같다.
딱 반대로 2동1층->3동3층으로 이사해야 했던 저번학기에는, 혼자서 냉장고도 낑낑대면서 잘 들고 올라갔었는데.
아.. 사실 잘 한건 아니었지. 이사하고 몸져 누웠었다...;

근데 오늘은 도저히 마지막 남은 냉장고를 들고 내려갈 힘이 남아있지를 않았다.
SOS를 꽤 많은 사람에게 요청했는데, 정말 가는날이 장날이었던걸까. 어제까진 도와주겠다고 했던 후배들조차 너무 바빴다.
그리고 비도 엄청 내렸고.... 그거 하나 옮겨주기 위해 폭우 속을 뚫고 기숙사까지 올만큼의 애정을 나에게 갖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곤란하다는 말을 듣는데 왜 그렇게 속상하던지. ㅎㅎ
사실 그냥 나 혼자서 옮겼어도 옮길 수 있는건데, 역시 나약한 마음을 가지면 안되는 것 같다. 인생은 홀로 살아가는 거야. 더욱 강해지자.

3. 방 구성하기
내가 이렇게 힘든 이사를 하면서도 딱 하나 맘에 드는건, 이사 후 방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인데..
방의 어디에다가 어떤 물건을 놓는지 평소에는 익숙하니까 절대 안바꾸려고 하는데,
이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방마다 사소한 물건 상태도 다르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되는 것이다.
특히 동측 1,2동과 3동은 방 비품들이 조금씩 달라서 방을 재구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도 몇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새로운 방에서의 생활이 기대되는구나. ㅋㅋ

4. 이사기간의 청소
오늘 7년동안 카이스트에서 생활하면서 처음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사실 2년 전이었나? 동측 리모델링을 하겠다며 방학동안 여학생들을 일부는 3동에, 일부는 학부 성실관에 배정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성실관으로 배정을 받았던 나는 들어갔던 방이 너무나도 깨끗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보통 남학생들 방은 좀 지저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여학생들 온다고 신경써서 청소하고 갔나? 라는 생각도 했었음.

근데 1년인가 지나서, 그 방이 그 당시 준수네 방이었다는 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와, 준수 정말 방 깨끗하게 쓰던데!" & "누나도 방 진짜 깨끗하게 쓰시던데요?" 라는 서로의 칭찬을 주고 받고 있자,
옆에서 각자의 평소 생활 상태를 알고있는 기석이와 빈희가 얘네 지금 뭐하자는 거냐며 말도 안된다고 투덜거렸었다.

그 사건의 전말을 오늘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짐을 옮기고 나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께서 열려있는 방의 바닥에 있는 먼지며 쓰레기들을 일일히 청소해주고 계셨던 거다.
그러니 누군가가 대충 옮기고 나가도,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그 방은 깨끗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오늘은 원래 방을 쓰시던 분이 방을 빼는 시점과 내가 방을 옮기는 시점이 겹쳐서, 청소가 안된 상태에서 짐을 옮겼는데..
<그래서 청소는 내가 다 했음. ㅠㅠ>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다른 빈 방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계신 아주머니를 뵐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너무 감사했다.
자기가 떠난 뒷자리를 정리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예의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 죄송합니다.

5. 말레이지아 커피
싱가뽀르에 다녀온 아이들이 말레이지아 커피를 사왔는데, 이거 은근히 중독성있는 맛이다.
우리나라 커피랑은 다른 독특한 맛이 있는데, 거기에다 엄청나게 달다.
한잔을 마시면서도 왠지 살이 폭폭 찌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오늘 너무 피곤해서 왠지 몇 잔을 들이켜야만 할 것 같다.
Posted by Elletse
l